오늘은 이언 메큐언의 작품 중 하나인 체실비치에서를 읽고 느낀 점을 써보도록 하겠다. 제일 먼저 이 책에 대해서 알게 된 계기는 바로 영화를 통해서다. 내가 좋아하는 여배우 중 하나인 샤얼사 로넌이 여주인공으로 나온다.
클래식 전공자인 엄청 부유한 집 딸로 나오는데 배우랑 너무 찰떡. 아무튼 이 영화를 너무나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다가 유튜브에서 이 영화 편집해서 요약한 걸 보았고 웬걸.. 너무 재밌는 거다 그래서 영화 보기 전에 책부터 후딱 읽고 영화 보자 해서 도서관에서 바로 빌려왔다.
줄거리
집안 배경도 조금 다르고 좋아하는 음악도 다른 두 사람이 그런 차이도 뛰어넘고 사랑에 빠지고 결혼까지 하지만 결혼 첫날밤에 거사를 치르던 중 여주인공 플로렌스가 방을 뛰쳐나가게 되고 아마 호텔이 있던 곳이 체실비 치였나 보지? 거기서 둘은 대화를 나누게 되는데, 플로렌스는 힘겹게 말을 꺼낸다. 그를 정말 사랑하지만 성관계 자체가 거북하게 느껴진다고 고백까지 한 것이다. 심지어 그가 원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성욕을 풀어도 자기는 전혀 상관하지 않겠다는 대안까지 말한다. 하지만 심하게 모욕당했다고 생각한 남주 에드워드는 그녀가 그런 말을 하게 된 이유도 묻지 않은 채(보통 이렇게 힘겹게 말을 꺼낸 것은 트라우마에 기인한다고 생각해도 되었으련만) 그저 자신의 자존심이 상했다는 이유로 격렬하게 그녀를 비난하고 그 둘은 헤어지게 된다. 후에 노인이 된 남주인공 에드워드는 그녀를 회상하면서 그 후에도 만났던 다른 여자들이 있었지만 그를 가장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자는 플로렌스인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때 자신이 조금만 더 인내하고 그녀를 다독여 주었어야 한다고 후회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느낀점
조금만 나 감정을 뒤로하고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볼걸 하며 노년의 에드워드가 후회하는 걸 보고 나는 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내 경우에는 성관계는 아니었지만 다른 면에서 내가 좋아했던 사람을 더 인내해 주지 못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처럼 나도 너무나 강렬하게 느껴지는 고통 속에서 괴로워하며 먼저 헤어짐을 고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조금 더 한 발 짝 물러서서 관조했다면 우리 둘 사이에 조금 더 나은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까라는 회환에 잠기게 되었다. 아마 나는 그때 다시 돌아가더라도 그렇게 행동했을 테지만 말이다.
감명 깊은 문구
마침내 그는 자신이 그토록 사랑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남자든 여자든 그녀의 진정성에 필적할 사람은 단 한 사람도 만나보지 못했다고 스스로 인정했다.
그녀에게 필요했던 건 그의 확실한 사랑과,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으니 서두를 필요가 전혀 없다는 그의 다독거림뿐이었다. 사랑과 인내가, 그가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가지고 있기만 했어도, 두 사람 모두를 마지막까지 도왔을 것이다. 그랬더라면 그들의 아이들이 태어나서 삶의 기회를 가졌을 것이고, 머리띠를 한 어린 소녀가 그의 사랑스러운 친구가 되었을까. 한 사람의 인생 전체가 그렇게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말이다. 체실 비치에서 그는 큰 소리로 플로렌스를 부를 수도 있었고, 그녀의 뒤를 따라갈 수도 있었다. 그는 몰랐다. 아니, 알려고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가 이제 그를 잃을 거라는 확신에 고통스러워하면서 그에게서 도망쳤을 때, 그때보다 더 그를 사랑한 적도, 아니 더 절망적으로 사랑한 적도 결코 없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그녀에게는 구원의 음성이었을 것이고, 그 소리에 그녀는 뒤를 돌아보았을 거라는 사실을. 대신, 그는 냉정하고 고결한 침묵으로 일관하며 여름의 어스름 속에 선 채, 그녀가 허둥지둥 해변을 떠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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