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이 워낙 꿀잼이었던지라 바로 2권을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2권도 술술 읽혔다. 티브이 요리프로그램에 출연해서 인기가 많아진 엘리자베스. 나중에는 방청객들도 초대해서 그 앞에서 요리를 만드는데, 방청객 중 한 명이
신을 믿냐고 묻자, 신을 안 믿는다고 해서 한바탕 또 난리가 난다. 신 믿는 단체에서 항의하러 오고 나중에는 폭탄 테러까지 일으키려 함ㅋㅋ요즘도 그렇지만 왜 자기와 믿는 게 다른다는 이유로 인간들은 서로를 해하고 믿음을 강요하는지 모르겠다. 종교만 해도 자기가 먼저 종교인으로서 모범을 보이고 선하게 살아간다면 그 사람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이 믿는 그 믿음을 가지고 싶을 텐데 대부분의 사람을 정반대로 행동한다. 자신의 행동에 존경할만한 점이 1도 없는 상태에서 내 믿음이 옳다 하면서
무작정 다른 사람도 그걸 믿기를 강요하고 그렇지 않는다고 하면 불경하다면서 공개적으로 비판한다. 개인적으로 참된 종교인들이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방청객으로 온 다른 여성 한 명은 지금은 아들 다섯의 주부이지만 알고 보니 본래 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던 게 밝혀지고, 자신감 없어하는 그녀에게 엘리자베스는 말해준다. 다시 언제든지 꿈을 찾을 수 있다고 도서관에서 가고 시험을 보고 의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해준다. 후에 이 여성은 정말로 의대에 가게 된다. 그러고 보면 그 시대 꿈 많고 재능 많은 여성들이 현실적 벽에 부딪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그저 가정주부로만 살아갔다는 게 참 마음이 아프다. 물론 자기가 가정주부가 되고 싶었던 여성들도 많았겠지만 애초부터 그 이상의 꿈을 꿔도 이루어지지 않겠지 하고 꿈을 낮추는 여성들도 많았을 것 같다.
최근에 인스타릴스에서 본 게 있는데 바로 과거 여성들이 사회적 진출을 위해 열심히 싸우고 쟁취한 결과, 자기는 하고 싶지도 않는 일을 하며 살아가야 한다며 농담조로 올린 것이었다. 미국사람이 올린 거였는데, 물론 재미로 말한 거긴 하지만 뭔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나도 사회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에 부담감도 느끼고 정말 힘들기도 하고 오히려 선택이 없었던 그 시대라면 이런 성취를 위한 노력도 필요 없지 않을까라는 얄팍한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 시대에 살았더라면 아예 무엇이 될 수 있을 거라는 선택지도 없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아이를 기르고 그 삶만 강요되었을 텐데, 너무 갑갑할 것 같다. 선택지가 있는 지금, 자신이 원해서 커리어를 대신 가정주부를 택하는 것과 아무런 선택지 없이 주부를 강요받는 것은 분명히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그걸 생각하면 나는 분명 예전시대 여성들보다 엄청나게 많은 기회를 누리고 있고, 그 기회에 정말 감사해야 하지만, 경쟁사회와 전혀 맞지 않는 성향을 가지고 있는 나이기에 항상 버겁기만 하다.
아무튼 2권에서도, 엘리자베스 상사에 의한 성추행/성폭행 미수가 또 자행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또 너무 소름 끼쳤다. 분명히 지금도 예전도 이런 걸 겪는 피해자들이 있기에 이 장면도 나오는 거겠지만, 너무 읽기 힘들어서 트라우마 겪는 분들이 읽으면 더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추행도 미묘한 게 아니라 너무 강한 레벨이라서 읽는 것조차 힘들다는..
책 나중으로 가면, 캘빈의 친엄마의 존재가 나오는데 알고 보니 엄청난 재벌 여성...갑자기 재벌 손녀가 된 엘레자베스의 딸 매드가 부럽다!
엘리자베스가 방송 마지막에 항상 하는 말이 있는데 그게 의미 있고 정말 좋았다.
그럼 얘들아, 상을 차려라. 너희 어머니는 이제 자기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뭔가 버니지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도 생각나는 문구였다.
결국에 엘리자베스는 요리 프로에 하차하고 다시 화학자로 돌아오는데, 마지막 방송에서 하는 말도 인상 깊었다.
자신에 대한 의심이 들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이것만 기억하십시오.
용기는 변화의 뿌리라는 말을요. 화학적으로 우리는 변화할 수 있게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그러니 내일 아침 일어나면 다짐하십시오. 무엇도 나 자신을 막을 수 없다고.
내가 뭘 할 수 있고 할 수 없는지 더는 다른 사람의 의견에 따라 규정하지 말자고.
누구도 더는 성별이나 인종, 경제적 수준이나 종교 같은 쓸모없는 범주로 나를
분류하게 두지 말자고. 여러분의 재능을 잠재우지 마십시오, 숙녀분들.
여러분의 미래를 직접 그려보십시오.
오늘 집에 가시면 본인이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십시오.
그리고 시작하십시오.
크... 너무 멋진 여성인 엘리자베스 조트... 이 책은 정말 여성들이 읽으면 더 멋진 여성이 되고 싶다는 뽐뿌가 오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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