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 왓챠 등록해서 여러 가지를 보고 있다. 그중에서도 예전에는 안 봤던 애니메이션들을 보고 있는데, 오늘 언어의 정원이라는 애니메이션을 보았다.46분정도 되는데 생각해 보면 아주 짧은 시간이다. 이렇게 짧은 시간에 여러 가지를 담으려다 보니 확실히 장면들이 휙휙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윌라에서 오디오북으로 먼저 소설판을 읽어서 그런지 생략되어 있는 부분이 많아도 너무 많다고 느꼈다. 그런데 소설에서는 유키노와 타카오 이 두 주인공뿐만 아니라 타카오의 형, 유키노의 옛예인 선생님 등의 이야기도 나오는지라, 이 둘의 핵심적은 이야기는 애니에서 거의 다 나온다고 볼 수 있다. 유키노의 학창 시절에 대한건 애니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소설에서 유키노는 어렸을 때부터 예쁜 걸로 주목받는 사람으로 나온다. 애니 작화에서도 확실히 엄청 예쁘다. 너무 미인이라 고생을 하는 거 같기도 해서 갑자기 안쓰럽네. 결국은 미인이라 이상한 남학생들도 꼬여서 이 사단이 난 거기 때문이다.
신기 하게도 대부분은 원작이 소설로 먼저 나오고 애니메이션화 되던지 하는 게 더 일반적일 것 같은데 이건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만들고 그 후에 소설이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끝부분이 조금 다르다.
애니에서는 유키노가 고향으로 가고, 타카오는 겨울을 보내면서 나중에 선생님 만나러 가야지 이렇게 말하는데
소설에서는 타카오가 이탈리아로 유학을 가게 되고, 나중에 일본으로 돌아와서 유키노 선생님이랑 만난다.
물론 만나서 어떻게 되었는지는 안나오고
이것도 열린 결말로 끝나기는 한다.
아름다운 비오는 풍경에서 두 사람이 서로 소소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정을 쌓아가는 것은
좋았으나 사랑으로 넘어가지 않는 딱 그 정도의 정이었으면 보기가 더욱 편했을 것 같은데 아쉬웠다.
타카오 입장에서는 당연히 동경하고 사랑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야 타카오는 애니에서 15살로 나오지 않는가. 아마 일본이니까 만나이겠지만 그래도 어려도 정말 어린 사춘기 소년이다. 그런데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유키노 선생님이 나중에 타카오가 고백하자 얼굴을 붉히지를 않나 그리고 나중에 미친 듯이 뛰어가면서 타카오의 목에 얼굴을 묻고 오열하면서 네가 나를 구했다며 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키노의 나이 27세. 물론 그동안 마음고생이 너무나 심했고 그 와중에 이 소년을 만나서 의지가 되었다는 것은 알겠지만 상식적으로 20대 후반 여성이 15세의 소년에게 이렇게 감정적으로 대하는 것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었다. 물론 도덕적인 잘잘못을 따지자고 이 스토리가 탄생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전까지 정말 아름답게 느껴지던 두 사람의 교류가 유키노 또한 그저 의지하는 감정 그 이상으로 느꼈다는 게 밝혀지자 조금 무너져 내리는 느낌이었다.
근데 웃긴 건 확실히 타카오가 유키노 전 연인이었던 같은 학교 선생보다는 훨씬 남자다움을 보여주기는 한다. 애니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남자 친구이었던 시기에 이 선생님은 도무지 유키노를 도와줄 생각은 하나도 하지 않고 방관하는 태도를 보인다. 어찌나 어이가 없었는지. 말로만 상냥하면 뭐 하자는 거지 자기 사랑하는 여자 하나 지켜주지도 못하는 주제에... 이 캐릭터가 보여준 우유부단함에 비하면 15세지만 타카오는 남자답게 선생님을 괴롭힌 주동자를 찾아가서 때린다 (물론 여기서 또 한 번 쇼크를 받았다. 이 여자애가 아주 못된 건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여자를 때리는 거 자체가 너무하다 싶었다. 소년의 치기 어림을 보여주는 장면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거 보면 정말 어리긴 어리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선생님을 위해 무엇이라도 하는 것이다 타카오는. 여러 장면에서 어리숙한 모습들이 나오기는 했지만 말이다. 아까 말했듯이 그렇게 막무가내로 선배를 때려가 일종의 폭력으로 복수하는 것과(물론 맞을 말을 하기는 했다 그 여자애가) 그리고 고백을 거절당하자 막무가내로 선생님을 비난하면서 소리 지르는 게 딱 그 나이 때 남자애정도의 사랑이구나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유키노가 학교에서 문제가 생긴 게 3학년 여자애 남자 친구가 유키노에게 고백을 해서인데, 그 상황을 아는 아이가 그 와중에 선생님께 또 고백을 하고 싶을까? 전형적인 자기의 커진 마음밖에는 볼 줄 모르는 미성숙한 사랑 그 자체였다. 근데 그 와중에 유키노는 20대 후반이고 이미 사랑도 할 만큼 해봤을 텐데 10대 남자애의 사랑 고백에 얼굴을 붉히는 거 자체가 참 놀라웠다. 유키노의 독백중에서 나는 이제 27세이지만 15세의 그때와 다른 게 하나도 없다고 했었나? 그런 독백이 있었는데 그 말처럼 제대로 자라나지 못한 내면을 가지고 있는 어른을 대표하는 것일까? 나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설사 힘든 시기에 의지가 되었기에 그 고백을 듣고 얼굴은 붉혔더라고 맨발로 쫒아가서 네가 나를 구원했다느니의 반응은 정말 어리숙해보였다. 이렇게 두 어리숙한 사람이 힘든시기에 서로를 의지하면서 순수한 사랑을 했다는 걸 말하고자 하는 걸까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여하튼 내용은 뒤로하고 그나마 이어졌다고는 볼 수 없는 결말이라서 마음이 조금 놓였다. 그리고 애니 끝에 나오는 노래를 가사와 함께 보는데 참 두 사람의 마음 같아서 거기서는 또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어찌 되었든 두 사람의 마음은 참 소중했고 아름다운 그 무엇이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킬 최소한의 선은 지켜서 이렇게라도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자체는 작화가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둘이 대화도 많이 안 하지만 그래도 작화에서 나오는 예를 들어 커피가 식어가는 모습이나 이런 걸로 두 사람의 감정상태가 느껴질 정도로 작화면에서는 정말 수작이었다. 여기서 나오는 공원 한번 실제로 가보고 싶다. 그럼 정말 감동이 더해지겠지?
소설에서는 20살의 타카오와 32살의 유키노가 다시 일본에서 만나게 되는 걸 암시하고 끝나는데, 그 와중에 둘이 편지도 주고받았다고 한다. 애니에서도 유키노가 편지 보낸 게 나온다. 그래 편지 주고받는 거 까지는 좋은데 개인적으로 둘이 만나고 나서도 안 이어지기를 바란다. 첫사랑은 오히려 안 이루어지는 게 더 애틋하게 기억할 수 있는 법이다.
왓챠피디아 평점을 보려면 여기로 가기를... 다른 사람 평 읽는것도 재밌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위대한 작은 농장 다큐멘터리 뒤늦은 리뷰 (스포주의) (0) | 2023.07.12 |
---|
댓글